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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음악이 흐른다.
좋아하는 맨유가 뒤지고 있는 상황. 결코 져서는 안되는 게임.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게임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입술은 바싹바싹 마른다. 초조함에 얼굴은 붉어지고 경기의 희색은 짙어만 간다.
이윽고 호날두의 패스를 이어 받은 루니의 골이 상대 골망을 뒤흔든다.
이어 엄청난 관중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고 누구보다 먼저 골임을 직감하는 선수는 뒤돌아 두팔을 벌리며 그라운드를 내달린다.
자신감에 취하고 기쁨에 취한 선수는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며 골 세레모니를 하고, 하나 둘씩 동료 선수들이 달려와 골을 넣은 선수를 덮치고 뒹굴며 기쁨을 나둔다.
그 순간, 격식 따위는 없다. 아니, 엄청난 기쁨의 무게에 눌려 그런 것 따위는 잊었다. 애타게 골을 기다리던 퍼거슨 감독과 코칭 스텝은 일제히 일어나 포옹하며 미친듯이 날뛴다. 순간, 나이를 막론하고 어린 아이가 되고만다. 관중의 함성은 귀를 찢을 듯하고 락의 강렬한 비트는 그 절정에 달한다.
이상은 MBC-ESPN 에서 맨유의 경기가 끝나고 락 음악을 배경으로 한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 느낌을 적은 글이다. 개인적으로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저장해 놓고 여러번씩 다시 보곤 하는데 그 때마다 통쾌한 전율을 느낀다.
맨유는 세계 최강의 팀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경기 할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한참 순위에 밀리는 팀에게 질질 끌려가기 일쑤다.
처음, 맨유가 계기가 되어 보게 된 설기현의 레딩이나 프리메라리가 호나우딩요의 바르셀로나 경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축구란 실력차가 있는 팀끼리 붙는다고 해도 잘하는 팀이 일방적으로 리드하진 못한다.
한시도 보는 이로 하여금 편히 앉아 팝콘을 먹으면서 관전하게 놔두지 않는다. 거기다 혹여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기라도 한다면 조바심은 극에 달한다. 시간은 흐르고...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는다.
그래서 축구는 참 고통스러운 스포츠다. 연일 고통속에서... 그렇지만 뭔가의 힘에 이끌려 계속 보게 된다. 그러다... 그 고통 속에서 갑작스런 골이 상대방의 골망을 뒤흔든다. 순간, 귀를 찟을 듯한 관중의 함성으로... 기나긴 고통의 기다림은 댓가를 받는다.
어쩌면, 축구가 감동적이고 통쾌한 것은 오랜 기다림과 고통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고 보면 세상의 값진 것들은 다들 달콤함 보다는 고통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하다.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음식 또한, 고통 스러운 맛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마치 소주나.... 김치처럼. 사실, 김치도 고춧가루나 마늘에 의해서 고통스러운 맛을 낸다. 오랫 동안 먹어와 그 사실을 느끼지 못 할 뿐이다.
박지성 맨유 입단 후 그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보던 축구가 이제는 취미가 되어 버렸다.
전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마치, 그들이 단세포 생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이제 축구의 맛을 알게 됐다.
축구는 음악과 비교하면 락과 가장 닮았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락의 깊이를 알게해 줬다고나 할까. 이제껏 락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도하지 않게 축구를 통해 락을 이해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는 열정, 에너지, 젊음의 스포츠다. 또한, 우리 인생과 닮은 감동의 스포츠다.
음.... 빨리 8월이 와서, 다시 한번 끓어 오르는 피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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